지난 7월24일 오전 고려대 총학생회와 고려대 강사법 공동대책위원회가 고려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라진 강의 수 복구와 강사 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의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전국 399개 대학이 올해 1학기에 시간강사 수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나 줄였다는 교육부 공식 집계가 나왔다. 강의 기회를 완전히 잃은 시간강사는 7834명이고, 이 가운데 4704명은 다른 직업이 없는 전업 강사였다고 한다. 고등교육기관이라 불리는 대학이 법 취지를 뒤집으며 학내 최약자를 상대로 ‘정리해고’의 칼날을 휘둘렀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이른바 ‘강사법의 역설’이 현실화할 징후는 오래전부터 뚜렷했다. 대학들은 기존 강좌를 대대적으로 폐쇄하거나 통합하는가 하면, 전임교원의 강의시수와 강사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겸임·초빙교수 자리를 크게 늘렸다. 대학들의 이런 꼼수는 정도 차만 있을 뿐 2011년 이후 강사법이 예고될 때마다 되풀이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교육부의 책임을 무겁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동안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비케이(BK)21 후속사업 선정을 위한 평가에서 시간강사 고용 안정성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강의 자리를 잃은 박사급 연구자를 위한 연구비 지원사업을 늘리기로 했다. 줄어든 시간강사 자리가 그나마 애초 전망치보다 낮게 나타난 것은 이런 정책 시행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임기응변에 가까웠고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선 재정투입 규모가 크게 부족했다. 자리를 잃은 시간강사의 절반 이상이 ‘비박사’여서 연구비 지원사업의 사각지대도 너무 넓다.
시간강사 문제는 한두가지 처방으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해묵은 난제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과감한 재정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생계의 벼랑 끝에 몰린 실직 강사들에게 대학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모든 고등교육 사업에 강사고용안정지표를 적용하고, 겸임·초빙교수 남용에 벌칙을 주며, 전임교원 강의시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강사단체들의 요구도 적극 검토해 받아들여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체제와 성격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도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이참에 교육부가 고등교육 체제를 개편하는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