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0 경제대전환 민부론’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자유한국당이 22일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를 담은 ‘2020 경제대전환 민부론’을 발표했다.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에 대한 국민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1야당이 정책 대안으로 국민 평가를 받겠다고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야당의 합리적 비판과 생산적 대안 제시는 필요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먼저 정책 방향부터 잘못 잡았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저성장과 소득격차 악화 등 한국 경제를 총체적 위기에 빠트렸다”며 “민간과 시장 주도의 자유시장경제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양극화의 복합위기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제성장률은 노무현 정부 4%대, 이명박 정부 3%대, 박근혜 정부 이후 2%대로 계속 하락 추세에 있다. 소득 불평등은 외환위기 이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오랜 세월 이어져온 재벌 위주의 성장정책과 소극적 분배정책 탓이 크다.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을 세 축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은 이런 문제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이 역사적 맥락에 대한 성찰 없이 ‘흘러간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20대 정책 과제는 더 퇴행적이다. 겉은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로 포장했지만 내용은 ‘친재벌·반노동’ 일색이다. 사실상 인하를 주장하는 법인세 조정과 상속·증여세 개편, 대-중소기업 협력이익공유제 철폐, 기업지배구조 개선 반대, 강화해도 모자랄 판인 재벌 일감 몰아주기 규제 완화 등 ‘친재벌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노동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후퇴했다.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부정하는 고용계약법 제정,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전면 허용 등은 자율적 노사관계를 파탄내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다.
또 헌법에 국가채무 한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로 명시하자거나 해당 연도 세입을 초과하는 복지정책 신설을 못 하도록 하는 ‘복지 포퓰리즘 방지법’을 제정하자는 주장은 국제적인 흐름에도 역행한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사회안전망 강화는 경제협력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이 적극 권고하고 있다. 선진국들도 이런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민부론이 특정 계층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한 ‘통합의 경제’라고 강변한다. 어느 국민을 말하는 것인지, 누구를 위한 통합이라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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