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피해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상품 판매처인 우리은행과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을 성토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금융감독원이 1일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를 내놨다. 예상대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 판매’ 사례가 대거 드러났다. 수수료 수입 욕심에 고객을 속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당 은행에 사기죄에 준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손실 고객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디엘에프는 미래 특정 시점의 국외금리(독일·영국·미국 채권) 수준을 놓고 내기를 거는 도박성 고위험 상품이라 일반 개인들에겐 부적합한데도 우리·하나은행 창구를 통해 3천명 남짓에게 8천억원어치가량 팔렸다. 원금 전액을 날린 사례가 나왔고, 전체 예상 손실률이 52%에 이른다.
투자 손실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는 원칙론을 들려면, 사전에 위험성이 고지됐어야 한다. 실상은 달랐다. 1분간 전화 통화로 판매하거나, 노후자금을 정기예금에 넣으려던 75살 고령자를 끌어오는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사례들이 많았다. 개인 투자자 중 법규상 고령자인 70대 이상 비중이 21.3%(643명, 1747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에서 이미 이상 징후를 읽을 수 있다.
내부 감시망이 마비 상태였다는 점도 개탄스럽다. 은행 내규에 고위험성 상품 출시 때는 상품위원회에서 심의를 하도록 돼 있음에도 디엘에프 상품 중 심의를 거친 것은 두 은행 모두에서 1% 미만이었다. 반대 뜻을 묵살하고 심의 기록을 조작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위험 관리에 눈을 감은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잔존 계좌 3954개의 서류를 전수 점검했다. 그 결과 설명의무 위반, 고령투자자 보호절차 위반 같은 불완전 판매 의심 사례가 전체의 20% 수준이었다. 사실관계가 확보되면 비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 불완전 판매가 일반화돼 있었던 셈이다. 법규 위반을 따지기 전에 금융 윤리의 실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물론, 디엘에프에 편입된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한 증권사, 디엘에프를 운용한 자산운용사의 책임 여부를 엄격히 물어야 한다. 아울러 금융감독 당국의 감시 허술도 따져야 할 일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6~9월 암행평가(미스터리 쇼핑)를 통해 은행의 공모 파생상품에서 비롯될 고령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사후 대책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회사들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