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외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사기 판매를 했다고 주장하며 진실 규명과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외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사기성 불완전 판매와 대규모 원금 손실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하나은행이 책임지는 자세와는 먼 태도로 고객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두 은행의 행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 나갈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에 외국 출장을 떠나 도피성 아니냐는 의문을 일으켰다. 여기에 하나은행에선 관련 전산 자료를 삭제한 일까지 드러났다. 기왕 저질러진 잘못에 사후 무책임성을 더하는 모습에 실망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 사실은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자리에서 드러났다. 하나은행은 지난 8월19일 금감원의 디엘에프 관련 검사 계획 발표를 앞뒤로 자료를 삭제했다고 한다. 금감원은 이미 이런 사실을 파악했으며, 검사 방해 행위로 은행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자료를 삭제했다면 중대한 사안이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나은행 쪽은 “디엘에프 가입 고객의 전산 자료가 아니라 내부에서 현황 파악을 위해 작성한 자료를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채용 비리와 관련한 금감원의 검사를 받을 때도 자료를 삭제했다가 들통난 바 있다. 설사 현황 파악 자료라 하더라도 삭제 행위를 정상이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객 신뢰와 신용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할 은행에서 벌어진 일이란 점에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두 은행의 최고책임자가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 나갈 수 있는 시점에 잇따라 외국 출장 일정을 잡은 사실 또한 책임을 면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 정무위의 금융위원회(4일)·금감원(8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1일,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2일 각각 외국 출장을 떠난 바 있다. 일정이 우연히 겹쳤다고 보기엔 너무나 공교롭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정무위 종합감사에도 이들은 불려 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장 모두 14~20일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두 은행은 지금이라도 고객들에게 좀 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지난 1일 금감원의 디엘에프 중간조사 결과 발표 직후 두곳 다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과 뜻을 밝혔던 사실을 벌써 잊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