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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 금강산 남쪽 시설 ‘일방적 철거’는 안 된다

등록 2019-10-23 18:23수정 2019-10-24 02:0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남쪽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지시의 배경이 무엇인지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일단은 지난해 남북이 합의한 금강산관광 재개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 표출로 보인다. 예상치 못한 철거 지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강산관광은 남북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사업이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남쪽에 재개 촉구 메시지를 냈으나 소득이 없자 이번에 시설 철거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금강산 시설들을 철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히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북한은 결정을 즉각 철회하길 바란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쪽 시설들” 같은 거친 언사를 동원했다. 남쪽에 쌓인 불만과 실망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듯한 과도한 언사는 남쪽 여론을 악화시키고 남북관계를 더욱 궁지로 몰아갈 뿐이다.

김 위원장의 지시는 선대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예사롭지 않다. 금강산관광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이루어진 남북 경협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사업을 ‘관광지나 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한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금강산관광 사업을 남쪽을 내세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금강산관광 사업을 단독으로 해나가겠다는 뜻이자,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이 결정한 사업도 물릴 수 있다는 결심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태도 변화가 앞으로 개성공단에까지 미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우려는 더욱 커진다.

다만 김 위원장이 철거 지시를 내리면서 ‘남쪽 관계 부문과 협의하여’라고 단서를 달아 일방적으로 철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비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시설 철거를 명분으로 내세워 남쪽과 협의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북한이 협의하겠다고 한 이상, 정부는 이 협의를 관광 재개의 출구를 찾는 기회로 삼는 역발상의 대응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금강산 시설 철거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온 것은 결국 관광 재개를 막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우회적 압박작전으로 볼 여지도 있다. 금강산관광을 고리로 삼아 남쪽 정부가 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촉진자 구실을 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김 위원장의 현지 시찰에 북-미 비핵화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동행한 것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해 실효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 최악으로 치닫는 국면을 유리한 방향으로 역전시키는 현명한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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