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우리 경제가 2분기에 비해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금융시장에서 예상한 0.5~0.6%보다도 낮다. 4분기에 1% 성장을 하지 못하면 연간 성장률이 2%(전년 대비)에 못 미치게 된다.
정부는 3분기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 민간 부문의 위축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버팀목 구실을 해온 재정의 여력이 떨어진 점을 든다. 경기 하강을 떠받치기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재정도 힘이 부치게 됐다는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이 국회에서 100일 가까이 시간을 끌다가 8월에야 통과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도가 2분기 1.2%포인트에서 3분기 0.2%포인트로 크게 낮아졌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같은 기간 -0.2%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돌아섰지만, 재정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 하고’의 흐름을 보여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고 했으나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5일 “올해 전세계 90% 지역에서 성장세가 낮아지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진행돼 세계 경제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올해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출 부진은 대외 여건 악화 탓이 크다고 해도, 재정 확대가 민간의 투자와 소비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정부의 정책 능력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적극적 재정 정책이 왜 민간의 경제 활력을 높이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답을 찾아내야 한다. 또 1천조원에 가까운 시중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흐리지 않고 부동산시장만 기웃거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놔야 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이 1893조원이다. 올해 성장률이 2%냐 1.9%냐는 금액으로 따지면 차이가 약 2조원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받아들이는 심리적 의미는 매우 다르다. 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과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등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을 크게 받았을 때를 제외하곤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식의 보수 정당과 언론의 주장은 옳지 않다. 저성장과 양극화를 부른 재벌 중심의 성장 전략은 이미 효용이 다한 것으로 판명 났다. 개혁도 안 하고 경제도 살리지 못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정부는 4분기에 경기 방어를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추경 예산을 포함해 미집행 예산이 없도록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 민간의 활력을 북돋우는 일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기 회복을 위한 단기 처방과 중장기 개혁은 배치되지 않는다. 상호 보완적이다.
거시경제 관리에 실패하면 개혁의 동력도 잃게 된다. 민생이 살아나야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을 세 축으로 한 ‘포용적 성장’도 국민적 지지를 얻어 힘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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