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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분담금 5배 요구한 미국, ‘용병 장사’ 하자는 건가

등록 2019-11-07 18:30수정 2019-11-08 02:06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가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가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전방위 압박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내년 방위비 분담금 요구액이 47억달러(약 5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왔다. 47억달러면 올해 분담금 1조380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다. 정부는 미국의 비합리적인 요구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압박 공세는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이다. 방한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미국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웰 차관보와 같은 날 방한한 제임스 드하트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미국 수석대표는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분담금 증액 압박 행보를 하고 있다.

드하트 대표가 내민 분담금 인상 액수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드러난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미국 쪽이 그동안 거론해왔던 50억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드하트 대표는 이런 천문학적인 액수를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항목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액을 던져놓고 받아들이라는 식의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총액 속에 그동안 분담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미 연합훈련 비용과 한반도 바깥에 주둔한 미군 경비까지 포함시켰다고 한다.

미국의 이런 터무니없는 분담금 요구는 상식과 이성에 반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무리 동맹관계를 사업적 거래관계로 본다지만, 이런 요구는 과도함을 넘어 무례한 일이다. 더구나 미국은 분담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까지 은근히 흘리고 있다. 이런 압박은 동맹의 정신을 해치고 한-미 상호 신뢰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국익에도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 없다. 미국은 ‘용병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비합리적인 압박 공세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올해 분담금을 8.2%나 올렸다. 여기에 더해 미국으로부터 값비싼 첨단무기를 대거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지금보다 다섯 배나 더 많은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탄탄한 근거와 논리로 국익을 지켜내야 한다. 분담금은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임을 정부는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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