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회의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손을 맞잡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9.11.15
마크 에스퍼 장관이 15일 한-미 국방부 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연말까지 한국의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가 나란히 방한해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엔 국방부 수장이 직접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한-미 동맹을 오직 ‘돈’으로 환산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은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에스퍼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은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데 (한·미가) 공감했다”고 말한 데 대해선 가타부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한국은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조금 더 부담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또 “이런 메시지는 아시아나 유럽 다른 나라들에도 전달했다” “한국이 지출한 분담금의 90%는 한국에 그대로 다시 들어온다”며 나름대로 분담금을 대폭 올리는 명분을 제시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것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은 미국 내 보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가 있다.
미국 <시엔엔>(CNN)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난데없이 50억달러(약 5조8천억원)로 5배 이상 올리자, 국무부와 국방부가 이 금액을 정당화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고 한다. 소요 항목을 합리적으로 따져서 금액을 산출한 게 아니라, 거꾸로 ‘목표 금액’을 먼저 정하고 여기에 소요 항목을 끼워 맞췄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군의 한반도 순환근무 병력과 장비, 전략자산 전개, 연합훈련 등에서 한국이 부담할 새로운 비용 항목들이 검토됐다고 한다. 미국이 한국에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50억달러 또는 47억달러의 액수가 이렇게 산출된 것이라면, 야바위꾼의 협잡과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 이게 반세기 넘게 ‘가치’를 공유해온 동맹국이 할 행동인가.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을 위해 한국이 경비를 분담하는 것이다.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 경비까지 대라고 요구하는 건, 분담금의 취지와 목적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분담금이 다소 인상되더라도 그 수준은 한·미 두 나라가 공감하고 동맹의 기반을 흔들지 않는 범위여야 한다. 정부는 미국의 얼토당토않은 부당한 요구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