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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지 반환, ‘오염자 부담 원칙’ 따라 미국이 책임져야

등록 2019-12-11 18:35수정 2019-12-12 02:38

정부가 11일 미군기지 4곳을 돌려받는다고 밝혔다. 사진은 그 중 하나인 인천 부평구의 ‘캠프 마켓’ 일대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9.12.11
정부가 11일 미군기지 4곳을 돌려받는다고 밝혔다. 사진은 그 중 하나인 인천 부평구의 ‘캠프 마켓’ 일대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9.12.11

정부가 11일 원주와 부평, 동두천에 있는 미군기지 4곳을 즉시 돌려받고 용산 미군기지는 한-미 간 반환협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번에 기지 4곳이 반환됨에 따라 이제 반환 대상 미군기지는 22곳이 남게 됐다. 미군기지가 주민 곁으로 돌아오게 됐지만, 기지 내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사실상 우리가 떠맡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미군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오염 정화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가 기지 내 오염 정화 비용 1100억원을 떠맡고 반환받기로 한 것은 기지 주변 해당 지역의 거센 조기 반환 요청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기지는 8~10년 전 폐쇄됐으나 양국 간 기지 내 오염의 정화 책임을 둘러싼 이견으로 반환이 계속 지연돼 왔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선 기지 내 오염의 확산 가능성과 개발 계획 차질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계속 호소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지 조기반환을 하기 위해 정부가 오염 정화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정부는 앞으로도 미국 쪽과 오염 정화 책임 문제 등을 계속 협의할 방침이라지만, 이는 ‘구색 맞추기’에 가까워 보인다.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문제다. 앞서 반환된 미군기지 24곳에서도 심각한 환경오염이 조사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지만, 미군은 한번도 정화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 미군은 일부 오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널리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으로 유해한 위험’만 치유한다는 이른바 ‘키세’(KISE) 원칙을 들어 빠져나갔는데, 어떻게든 책임을 모면하려는 치졸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반환되는 부평의 ‘캠프 마켓’만 해도 2017년 정부 조사에서 조사 지점 33곳 중 7곳의 토양 시료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류가 허용기준치인 1천피코그램을 넘어섰으며 최고 농도는 기준치의 10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난 곳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미군이 책임이 없다고 버티는 것은, 한국이 주한미군에 안보의 상당 부분을 의존한다는 약점을 이용해 이른바 ‘갑질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등산을 가든 물놀이를 가든, 즐기다 돌아올 때는 자연환경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기지를 사용하다 환경오염이 발생했으면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깨끗하게 정화한 뒤 반환해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군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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