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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조용히 지나간 성탄절, 북-미 ‘대화의 문’ 열어야

등록 2019-12-25 17:56수정 2019-12-26 02:36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맞이한 성탄절이 북한의 특별한 군사 행동 없이 지나갔다. 북한은 지난 3일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는 담화를 발표해 성탄절을 앞두고 주변국을 긴장시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이날 북한이 언급한 ‘성탄 선물’은 따로 나오지 않았다. 북한이 전략적 군사 행동을 감행했다면 한반도 정세는 최악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터라, 일단 성탄절이 무사히 지나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서지 않은 것은 주변국들의 다각적인 노력이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입 행보가 두드러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한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설득해줄 것을 부탁했다. 지난주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제 일부 해제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해 북한의 입장을 거든 것도 북한으로서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앞서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에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내고 비핵화 협상에서 ‘타당성 있는 단계적 접근’을 언급한 것도 북한의 주목을 끌 만했다.

그러나 북한이 군사적 행보를 접었다고 볼 만한 징후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한 바 있다. 여기서 토의된 내용이 내년 ‘신년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도 신년사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이 국면에서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전략적 행보를 결정할지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가장 큰 관심사가 ‘제재 완화’에 있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제재 완화 문제를 공론에 부쳐 북-미 대화의 공간 자체를 넓히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한 만큼, 미국도 ‘시기상조’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제재 완화 해법’에 진지한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은 무력시위를 통한 ‘판 흔들기’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북·미 모두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는 것 말고는 해결의 길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대화의 문을 여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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