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 1호기 앞 바닷가에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서 있다.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24일 국내 최고령 원전인 월성 1호기에 대해 ‘영구 정지’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과 자유한국당이 “독재 정권의 밀어붙이기”니 “자해적 행동”이니 하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월성 1호기는 원전의 가장 중요한 안전 문제는 물론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잘못된 주장이다.
월성 1호기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전인 1970년대에 건설돼 1982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애당초 체르노빌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 수명’(30년)이 만료돼 가동이 중단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원안위가 무리하게 수명 연장을 허가했다. 당시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원안위 결정에 대해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도 2017년 2월 “수명 연장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으나, 원안위가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월성 1호기는 재가동 뒤에도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17년 5월 계획예방정비 때 원자로 건물 부벽에서 콘크리트 결함 등이 새로 드러나 가동이 중단됐다. 또 최근에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차수막이 손상된 상태로 5년이나 가동된 것으로 드러났다. 차수막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설비다.
노후 원전의 안전성은 경제성과 맞물린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월성 1호기를 억지로 가동하려다 보니 발전소 이용률이 떨어졌고 설비 보강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경제성 평가 결과, 발전단가가 전력판매단가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왔다. 계속 가동하는 것보다 즉시 폐쇄하는 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주도해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에 대한 감사원 감사 요구안이 통과됐다. 자유한국당은 한수원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원안위가 국회와 감사원을 무시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안위는 원전의 안전 문제를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처럼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없는 월성 1호기를 폐쇄하기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이를 두고 “멀쩡한 원전에 사형선고”라고 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 관련 기사 : 37년 된 ‘최고령 원전’…연 1천억 적자에 시설 결함 잇따라
▶ 관련 기사 : 7천억원과 4조원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