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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삼성준법위, ‘변화의 진정성’ 믿기엔 미흡하다

등록 2020-01-09 18:34수정 2020-01-10 02:09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할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 계획과 위원 명단이 공개됐다.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은 9일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와 협약을 맺고, 다음달부터 이사회와 독립된 기구로서 ‘삼성 준법경영의 파수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준법감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고, 법 위반 혐의가 있으면 조사·시정하며, 재발 방지 조처도 마련할 계획이다. 위원은 법조·시민사회·학계 등 외부 인사 6명과 삼성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됐다.

삼성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공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노조와해 공작 등 불법비리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이재용 부회장 등 고위 임원들이 무더기로 유죄 선고를 받은 상태에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이제야 변화 의지를 보인 것은 만시지탄이다.

삼성은 2006년(엑스파일 사건), 2008년(비자금 의혹 사건), 2017년(뇌물제공 사건)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세차례나 쇄신을 약속했지만 모두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번에도 “면피용”이라는 의심이 적지 않다. 특히 삼성 뇌물공여 사건을 맡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경영 개선 조처를 주문한 터라, 이 부회장의 실형을 면하기 위한 “이벤트용”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지형 위원장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직접 감시위의 완전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약받았다”고 말했다. 또 대외 후원금, 내부 거래, 하도급 거래, 일감 몰아주기, 뇌물수수 등 부패 행위는 물론이고 노조와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준법감시 영역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시위의 법적 실체와 권한이 불명확하고, 내부 정보 파악도 쉽지 않아 한계가 클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미흡하다. 또 삼성 문제의 핵심인 불법 경영권 승계 차단,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등의 근본 대책은 아직 없다. 삼성 내부 위원은 2016년 뇌물공여 사건 수사 당시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뇌물(말) 제공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거짓으로 일관했던 장본인이다. 삼성이 진정으로 변화 의지가 있는지 믿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삼성의 과거 쇄신안은 모두 ‘화려한 수식어’와 ‘총수의 눈물’로 포장됐지만, 공수표로 끝났다. 진정 이번이 ‘불법 기업’이라는 오명을 씻을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삼성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책임자 문책, 지배구조 개선 등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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