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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미지 정치’ 한계 드러낸 민주당의 ‘인재 영입’

등록 2020-01-28 18:03수정 2020-01-29 02:37

더불어민주당에 2호로 영입됐다 ‘미투 논란’에 휩싸인 원종건씨가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영입인재 자격 반납’ 입장을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에 2호로 영입됐다 ‘미투 논란’에 휩싸인 원종건씨가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영입인재 자격 반납’ 입장을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인재 2호’로 영입했던 원종건(27)씨가 28일 미투 논란으로 중도하차했다. 원씨의 미투 논란은 27일 원씨의 옛 여자친구인 ㄱ씨가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원씨는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며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스타성·화제성 위주로 영입을 급조하는 ‘보여주기식 정치’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원씨는 영입 당시 드라마 같은 사연으로 주목받았지만, 동시에 ‘청년 정치를 이미지 정치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원씨는 2005년 한 공중파 각막 기증 프로그램에 시청각장애인 어머니가 개안 수술을 받은 사연이 방영되며 세상에 알려졌고, 수술 이후 어머니와 함께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하고 대학 졸업 뒤엔 기업의 사회공헌(CSR) 분야에서 일해왔다고 한다. 공중파 출연을 계기로 역경을 헤쳐온 20대 청년으로 그려졌지만, 드러나지 않은 삶의 궤적이 있었던 셈이다.

원씨의 옛 여자친구가 폭로한 데이트 폭력의 실상은 참담하다. 원씨는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 자연인 신분으로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했지만, 폭로 내용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ㄱ씨는 “원씨는 여자친구인 저를 성노리개 취급 해왔고, 여성 혐오와 가스라이팅(가해·피해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으로 괴롭혔다”고 적었다. 이런 행위가 사실이라면 국회의원 도전에 앞서 한 개인으로서 스스로를 철저하게 돌아봐야 할 사안일 것이다.

원씨 문제는 이벤트성, 깜깜이 인재 영입 방식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낸 사례다. 민주당은 ‘20대 남자’ 표심을 잡기 위해 원씨를 영입했지만, 자칫 젊은층 전반의 이반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의 영입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모든 정당이 한 철 장사 하듯, 이미지 위주로 사람을 끌어모아 비례대표 의석을 주거나 전략지역에 출마시키는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 먼저 정당 내부에서 젊은 인재를 육성·발굴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절실하다. 또 외부 인재를 수혈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해당 분야의 활동과 정책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보여주기식 영입’에는 냉철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원씨 논란이 정치권의 무분별한 영입 경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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