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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위비 협상, ‘휴직 압박’ 아닌 ‘합리적 타결’ 노력을

등록 2020-01-29 18:47수정 2020-01-30 02:38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미국쪽 수석대표 제임스 드하트가 2019년 11월 1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브리핑장을 떠나고 있다. 2019.11.19 연합뉴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미국쪽 수석대표 제임스 드하트가 2019년 11월 1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브리핑장을 떠나고 있다. 2019.11.19 연합뉴스

주한미군이 28일 방위비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4월부터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고 한국인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미군은 무급휴직을 시행 60일 전에 예고해야 한다는 미국 법에 따른 조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미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공개적으로 통보한 걸 보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압박의 성격이 짙어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인 직원 9천여명의 인건비는 대부분 방위비분담금에서 지원된다. 따라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협정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 한국인 직원의 인건비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원래 지난해 말까지 마무리했어야 할 협상이 해가 바뀌도록 타결되지 않은 게 미국 정부의 지나친 분담금 증액 요구 때문이라는 사실은 쏙 빼놓고 무급휴직을 운운하는 건 정정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미국의 요구액은 애초 50억달러(약 6조원)에서 다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도 넘은 인상을 요구하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 얼마 전엔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이 공동 언론 기고를 통해 “한국은 부양 대상이 아니라 동맹국”이라며 노골적으로 증액을 압박했다. 한-미 간 실무협상에서도 미국 대표단은 방위비분담금 취지가 ‘주한미군 주둔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외면한 채, 이와 무관한 순환배치 비용이나 훈련, 장비 비용 등 이른바 ‘대비태세 비용’ 요구를 여전히 강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와 미군은 협상 타결 지연을 빌미로 한국인 직원의 무급휴직을 강제하기 전에, 먼저 이런 무리한 증액 요구부터 접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순서다.

과도한 증액 압박은 미국 내에서도 비판을 받는다는 점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상원의 민주당 외교위원회 간사와 군사위원회 간사는 28일 공개서한에서 “분담금에 대한 집착은 한-미 동맹 가치 등에 대한 근본적 착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하원 청문회에서도 “협상이 동맹의 가치가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아 걱정스럽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협정 공백 상태가 길어지는 건 한·미 두나라 모두에 이롭지 않다. 더 늦기 전에 트럼프 행정부는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수준의 타협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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