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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출마 의원 앞세운 ‘위성정당’, 이게 ‘보수 혁신’인가

등록 2020-02-04 18:18수정 2020-02-05 02:37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이 5일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른바 ‘자매정당’이라는 미래한국당 대표엔 자유한국당 소속 한선교 의원이 추대될 예정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30석의 비례 의석을 챙기기 위해 허울뿐인 가짜 정당을 만든다는 발상이 결국 현실화하는 셈이다. 더욱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친박 국회의원을 대표로 내세운 건 명분도, 염치도 없는 낯부끄런 정치 행태다.

위성정당 대표로 추대될 한선교 의원은 지난달 불출마 선언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죄송하다. 용서해 달라”며 ‘친박 코스프레’를 한 인물이다. 골수 친박 인사를 위성정당 간판으로 내세운 건, 결국 ‘태극기 부대’ 표까지 긁어모으겠다는 얄팍한 정치 계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선교 의원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체제의 첫 사무총장이었고, 둘이 대학 선후배로 가까운 사이라는 점은 미래한국당이 황 대표의 직할 통치를 받는 허수아비 정당이란 걸 여실히 보여준다.

한쪽에선 코미디에 가까운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다른 한쪽에선 보수 진영의 새판짜기에 ‘혁신과 통합’이란 가치를 내거는 걸 보면 이율배반도 이런 이율배반이 있을 수 없다. 현재 통합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인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합당을 해서 ‘보수통합 신당’을 창당할 경우, ‘불출마 인사들의 집합소’인 가짜 정당을 용인하고서 어찌 ‘보수의 혁신’을 말할 수 있겠는가. 위성정당 창당은 합리적 보수의 정립이라는 시대 과제와 역행하는 몰상식한 행태일 뿐이다.

위성정당 창당은 정치 도의상으로도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꼼수 정치’의 극치다. 선거를 앞두고 정책이나 이념, 인물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퇴물 정치인을 끌어모아 국민 앞에 내놓는 것 자체가 ‘정당 정치’의 본령을 훼손하는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상당수 불출마 의원을 위성정당으로 옮기도록 해 비례대표 투표용지의 앞자리를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속셈인데, 정치를 희화화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일이다. 다른 정당들이 고발을 예고한 만큼, 위성정당 창당이 정당법 등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관련 당국은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

정치권과 언론의 거듭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이 기어코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유권자들의 심판에 직면할 수 있음을 지금이라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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