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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긴급조치 판결, 대법이 ‘사법농단 판례’ 청산해야

등록 2020-02-13 18:09수정 2020-02-14 02:38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하는 장면.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하는 장면. 연합뉴스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3년으로 인정한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 등으로 인한 과거사 피해자의 손해배상 시효를 3년으로 넓힌 뒤 처음으로 긴급조치 사건 항소심에서 이를 인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그동안 법원 하급심에서는 소멸시효를 6개월로 못박은 2013년 12월 대법원 판례에 얽매여 헌재 결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 이번 판결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6개월 판례’는 양승태 대법원이 ‘지나친 국가배상을 제한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했다며 박근혜 청와대에 내세운 ‘협조 사례’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사법농단 잔재 청산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유상재)는 1975년 대학생 시절 영장 없이 체포 구금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329일 동안 옥살이를 한 김아무개씨 등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2억8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씨는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간행물을 제작했다가 경찰의 고문 등 가혹행위 끝에 구속기소된 뒤 2013년 7월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지난해 7월 1심은 ‘6개월 시효’를 적용해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중대한 인권침해 등 국가폭력 과거사 사건에 대해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누명을 씌워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사후에도 조작·은폐해 오랜 시간 진실 규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며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하기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심 무죄 판결 확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를 시효로 삼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 사건 1심 판결을 비롯해 하급심에서는 긴급조치 피해 사건에서 여전히 6개월 시효를 고수해왔다. 헌재는 ‘일부 위헌’이라고 했으나 법원은 사실상 ‘한정 위헌’으로 해석한 것으로 의심된다.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 위헌’은 판결에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취해온 때문이다.

‘긴급조치는 고도의 정치적 국가 행위’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부인한 판결을 비롯해, ‘협조 사례’로 박근혜 정부에 바쳐진 ‘사법농단’ 판례가 한둘이 아니다. 대법원이 서둘러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사법부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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