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다스 실소유주로서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소송비용 등 10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다시 법정구속됐다. 2심 재판 중이던 지난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난 지 350일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9일 뇌물죄에 징역 12년과 벌금 130억원, 횡령 등 나머지 범죄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 때보다 뇌물액이 8억여원, 횡령액이 6억여원 늘면서 형량도 2년 늘어났다. 다스를 소유한 사실을 20년 이상 속이고 대통령까지 지내면서 대기업과 정치인 등으로부터 뇌물까지 받아 챙기고도 국민 앞에 한번도 사죄하지 않았으니 그 죗값은 17년 형량으로도 모자란다. 이제라도 참회를 촉구한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로서 252억원을 비자금 등으로 횡령한 사실과 다스의 소송비용을 삼성에 대납시키는 등 93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스 설립 때부터 자금을 대고 핵심 간부들을 자기 사람으로 채워 정기적으로 회사 운영 상황을 보고받으며 20년 가까이 비자금을 빼내 쓴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국회의원·서울시장을 지내다 대통령에까지 올랐으나 다스 실소유주 추궁에 발뺌으로 일관하며 온 국민을 속였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측근과 친척들이 이구동성으로 그가 다스 실소유주임을 털어놓았는데도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뿐만 아니라 재판부도 밝혔듯이 “책임질 부분이 명백함에도,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채 범행을 다스 직원이나 함께 일한 공무원, 삼성 직원 등의 허위 진술 탓으로 돌렸다”니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애초부터 ‘정치 보복’ 운운하며 옥중 수사를 거부하고 1심 선고 공판에도 나오지 않다가 2심에선 증인을 대거 신청하는 등 정치투쟁과 법정투쟁 사이에서 오락가락했으나 결국 법의 단죄는 피하지 못했다.
그의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장은 정보기관은 물론 민간인까지 동원한 댓글공작으로 정치·선거에 개입하고 야당 및 언론 탄압 공작을 꾸민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경찰청장 역시 경찰조직을 동원해 댓글공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재임 중 저지른 죄가 형량으로 계량하기 어려울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