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힘을 합쳐줄 것을 호소한다”는 내용의 옥중 메시지를 내놨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 격인 유영하 변호사가 자필 서한을 대독한 것인데, 보수 야권의 기존 거대 정당인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전직 대통령이 반성은 하지 못할망정 옥중에서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박 전 대통령은 “나라 장래가 염려되어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며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분열하지 말고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태극기 부대를 향한 노골적인 호소라고 할 수 있다. 분열적 행동을 하지 말고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단합하라는 취지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극우 세력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미래통합당 등 기존 정치권에 존재감을 드러내 보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우리 정치풍토에서 전직 대통령의 현실정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국정농단 등으로 탄핵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이 무슨 낯으로 선거를 앞두고 지지세력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은 2심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상 뇌물 혐의 분리선고 원칙에 따라 파기환송돼 재판 진행 중인 상태에 있다. 법리상 2심 형량이 감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이런 옥중정치는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쳐 자신을 구명해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여정은 멈추었지만 북한 핵 위협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악화는 나라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에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마치 자신의 ‘탄핵’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졌다는 뉘앙스다. 국정농단과 뇌물수수 등으로 점철된 과거 행적에 대한 참회는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면서 “대구·경북에서 4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고 한 대목도 교묘한 ‘지역정서 자극’이란 의심이 든다. 반성은커녕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전직 대통령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