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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벌 체제의 ‘강고한 벽’ 확인해준 한진칼 주총

등록 2020-03-27 18:44수정 2020-03-28 02:03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렸다. 한진그룹 제공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렸다. 한진그룹 제공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27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그룹 회장이 이사로 재선임됐다. 조 회장의 반대 쪽에서 추천한 사내외 이사 후보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재벌 회사에서 기존 경영진을 견제하는 독립적 이사가 선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무산됐다. 철옹성 같은 재벌 체제의 강고한 벽을 실감케 한다.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인 케이씨지아이(KCGI), 반도건설)이 추천한 이사 선임 건은 모두 부결됐다. ‘남매의 난’에서 동생인 조 회장이 완승한 모양새다.

한진그룹은 그동안 횡령, 배임, 일감 몰아주기, 밀수 행위에 더해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 같은 총수 일가의 일탈 행위로 만신창이가 됐다.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고 기업 가치가 추락하는데도 이사회는 총수 주도의 ‘황제 경영’을 견제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했다. 독립적 사내외 이사 선임으로 감시의 작은 발판이라도 마련하려던 시도가 무산된 게 못내 아쉬운 까닭이다.

조 회장 쪽의 경영권 1차 방어 성공에도 2차전의 불씨가 남아 있다. 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지난해 12월26일) 이후에도 3자 연합 쪽에서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 지금은 양쪽의 지분율이 엇비슷하다고 한다. 3자 연합은 주총 전부터 “긴 안목과 호흡으로 한진그룹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정상화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장기전을 예고한 바 있다.

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남매의 난에까지 이르게 된 경영 난맥상을 깊이 반성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경영권 다툼에서 이긴 게 능사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만약 조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정도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3자 연합 또한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다수 주주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영권 다툼을 이어가더라도 경영 방식을 개선하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인신공격이나 감정 대립은 모두에게 해로울 뿐이다. 기업은 주요 주주의 전쟁터일 수 없으며, 총수 일가의 사익을 챙기는 놀이터도 아니다. 기업은 수많은 임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걸린 소중한 일터이며 국가 경제의 한 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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