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체제’ 전수조사 결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22일 최고위원회에서 김종인씨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현역 의원과 21대 총선 당선인을 상대로 전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다수 의견이 이렇게 수렴됐다”고 밝혔다.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씨는 ‘임기 제한을 두지 말고, 당헌·당규에 방해받지 않는 전권을 준다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조만간 ‘김종인 비대위’가 정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총선 참패로 지도부가 붕괴한 상황이라 통합당의 비대위 구성은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에 김종인씨를 다시 데려와 앉히는 것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터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비상대책위 구성’이나 ‘외부 인사 영입’이 아니라, 뿌리부터 당을 철저하게 바꾸겠다는 내부의 ‘혁신 의지’일 것이다. 이게 없으면 백번 천번 비대위를 구성해봤자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걸 마음에 새겨야 한다.
4년 전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예상 밖의 패배를 한 이후, 통합당은 벌써 세차례나 비대위를 구성해 환골탈태하겠다고 공언했다.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에 임명하기도 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씨를 영입해 비대위원장을 맡긴 적도 있다. 그렇게 외부 인사를 기용해 뭔가를 바꿀 것처럼 법석을 떨었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역대급 총선 참패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로만 ‘새로운 보수’를 외치며 국민 눈을 속이려 해선 보수 야당의 설 자리는 더는 없으리란 게 과거 비대위의 교훈일 것이다. 당의 체질과 정책, 사람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혁신 의지’를 갖는 게 지금의 통합당엔 비대위 구성보다 훨씬 절박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통합당이 총선 전엔 “모든 국민에게 50만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총선이 끝나자 “하위 70%에게만 지급하자”고 말을 바꾼 건 변화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선거법 취지를 훼손하는 비례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당장 해산하지 않고 ‘상황을 좀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것도 너무 정략적이다. 이런 부분에서 원칙과 가치를 지키지 못하면서 ‘당을 혁신하겠다’고 말한들 어느 국민이 통합당에 기대를 걸 수 있겠는가. 지금 통합당에 필요한 건 국민 뜻을 최우선에 두고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용기와 자기희생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