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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기의 간송미술관, ‘간송의 뜻’에서 해법 찾기를

등록 2020-05-22 18:53수정 2020-05-23 02:32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보물 제248호 금동여래입상. 케이옥션 제공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보물 제248호 금동여래입상. 케이옥션 제공

간송미술관이 개관 82년 만에 처음으로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자 논란이 일고 있다. 경매 작품이 통일신라시대와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이어서만이 아니다. 간송미술관의 설립 배경이 여느 사립미술관과는 크게 다른 것이 더 본질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간송미술관은 일제 강점기에 간송 전형필 선생이 막대한 유산을 털어서 사들인 작품 수천점을 소장하고 있다. 우리 문화재가 일본 등에 약탈적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문화재 독립운동’의 역사적인 산물이다. 두 문화재가 경매로 일본 쪽에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기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현실이 된다면 선생의 귀한 뜻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현재 전형필 선생의 3대 후손이 운영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은 거액의 상속세가 밀려 있는 등 재정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국보와 보물 등 국가 지정 문화재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소장품은 상속세 대상이다. 게다가 개관 이래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이 운영돼 왔으니, 재정난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측면이 크다고 봐야 한다. 소장품 경매가 이번 한차례로 그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송미술관이 사립이고 소장품들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적인 개입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유명 작품들이 최고가를 경신하며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거래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간송미술관과 소장품들이 지닌 공적인 가치가 크고 재정난의 원인을 미술관 쪽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문제는 달리 볼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사례에서 보듯이, 국보급 문화재가 소재도 모르는 채 한갓 흥정거리로 전락할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경매에서 문화재청이나 중앙박물관이 낙찰받는다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정부와 간송미술관이 머리를 맞대면 제3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일례로, 프랑스 파리 피카소미술관은 후손들이 거액의 상속세 문제에 부딪히자, 정부가 작품으로 상속세를 대납하게 했다. 작품의 소유권은 정부로 넘어가지만 관리·운영은 후손들이 계속 맡는 방식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인 셈이다. 부디 전형필 선생의 뜻을 계승하는 해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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