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5일 국회 의장실에서 첫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가 두 주장의 충돌 속에 5일 개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등은 국회법에 규정된 개원 시한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이들 당의 의원들은 본회의에 참석해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당 몫의 김상희 부의장을 선출했다. 반면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에 들어왔다가 주호영 원내대표의 항의 발언 뒤 곧바로 퇴장했다. 결국 통합당 몫의 부의장은 선출되지 못했다.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을 완료한 뒤 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고 요구해온 통합당은 “여야 합의가 없기 때문에 오늘 회의는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21대 국회가 여야 모두의 참여 속에 법을 지켜 개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파행으로 첫발을 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야는 상임위원회 구성 협상에선 법도 지키고 ‘협치’의 틀도 갖추는 결과를 내놔야 한다.
민주당은 상임위 구성과 관련해 오는 8일로 정해진 상임위원장 선출의 법적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관행으로 법 준수를 하지 않는다면 원칙대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통합당은 민주당이 시한을 이유로 상임위원장마저 단독 선출할 경우 국회 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시한 내 원 구성에 응하지 않으면 상임위원장 18자리를 모두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협상용 압박 차원으로 보이지만,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여야가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나눠 갖는 건 민주화 이후 지속돼온 관례다. ‘거여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는 주장을 접고, 합리적인 배분으로 통합당에도 협치의 공간을 열어주는 게 맞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법제사법위원회 구성은 관행을 뛰어넘는 발전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법사위는 사법행정 관련 법안 심의뿐 아니라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고 있다. 그동안 법사위가 이 권한을 무기로 상원 노릇을 하며 개혁·민생 법안을 좌초시킨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야가 법사위를 개혁하지 않고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만 놓고 다툰다면 21대 국회에서도 이런 구태가 반복될 수 있다. ‘일하는 국회’를 촉구한 4·15 총선 민의에 따라 법사위 개혁과 위원장 배분을 아우르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