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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남북관계는 ‘대적 관계’ 아니다, 역지사지하자

등록 2020-06-09 20:18수정 2020-06-10 02:39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북한 각지에서 청년학생들이 대북전단 항의시위가 있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누리집 갈무리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북한 각지에서 청년학생들이 대북전단 항의시위가 있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누리집 갈무리

북한이 9일 정오부터 남북 사이 모든 통신선들을 차단 폐기하고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단계별 대적사업의 첫 조처’로 남북 사이 모든 연락선을 끊었다고 밝혀, 추가 조처까지 예상된다. 한반도 정세가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됐던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지 중대 갈림길에 섰다.

북한의 이날 조처는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담화의 연장선 위에 있다. 북한이 이날 전격적으로 차단한 통신선은 남북 소통의 기본 수단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바로미터 구실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초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남북 간 연락 채널이 끊어지면서 남북관계도 단절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인 2018년 1월3일 판문점 남북 연락 채널이 복원되고 9일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남북대화가 재개됐다.

차단된 통신선들 가운데 동·서해 군사통신선과 청와대-북한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 직통통신선은 그 의미가 컸다. 이들 통신선이 끊어지면 남북 군사충돌 격화를 막는 안전판이 흔들리게 된다. 6월 서해 꽃게잡이철을 앞두고 남북 간 충돌이 재연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북한이 격렬한 반응을 보인 데는 한국에 대해 쌓인 불신과 불만, 북한의 어려운 국내외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선언, 9·19 군사합의를 한국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북전단 규제 입법만으로 최근 상황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대화는 성과가 없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더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북한이 국경을 닫으면서 올 상반기 북한의 경제 사정이 매우 악화됐다고 한다. 북한은 ‘자력갱생 정면돌파’에 주민을 동원할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의 처지에선 내부 단속도 절실하게 필요한데, ‘최고존엄’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은 한국의 힘든 처지도 역지사지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국내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도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 뒤 신속하게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고 연일 거친 언사로 대남 압박·비난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일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에서 한국 정부를 향해 “적은 역시 적”이라며 “갈 데까지 가보자”고 경고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유감스럽기 이를 데 없다.

남북 모두 갈 데까지 가서는 안 된다. 남북은 서로에게 대적사업의 대상이 아니다. 더디더라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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