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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가 폭력’ 미화하는 전쟁기념관, 존재 이유 뭔가

등록 2020-06-26 18:06수정 2020-06-27 02:04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전쟁기념관 전시 내용 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전쟁기념관 전시 내용 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 70주년을 계기로 시민사회가 전쟁기념관의 운영 취지와 전시 내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열린 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등 43개 시민단체는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쟁기념관이 전쟁을 기념하는 곳에서 인권과 평화를 말하는 곳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시 내용들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27일까지 전쟁기념관 야외에서 ‘전쟁기념관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 사진전도 진행한다.

문제가 되는 전시물은 하나같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국가 폭력을 미화하는 것들이다. 운영 취지를 따지기에 앞서 전시 시설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셈이다.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제주 4·3사건이 대표적이다. 전쟁기념관은 4·3사건을 ‘공산좌익들의 끈질긴 선거 방해 책동’으로 설명하고 있다. 4·3사건은 정부의 공식적인 진상 조사를 거쳐 군경에 의해 무고한 민간인이 대량 학살된 사건으로 규정됐고, 2014년 사건 발생일이 법정기념일인 ‘희생자 추념일’로 지정됐다. 여순사건도 전쟁기념관은 ‘전쟁 전 남한 전투력을 소모시키기 위한 좌익과 게릴라의 무장투쟁’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는 여순사건에서 민간인 430명이 집단 사살됐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한국전쟁을 전후해 남한 전역에서 벌어진 보도연맹 등 민간인 학살의 참상은 전시 시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진실을 기록에서 배제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해 기록하는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쟁기념관은 1950년 6월28일 국군이 한강 인도교를 폭파해 민간인 수백명이 희생된 사건을 ‘북한군을 방어한 성공적인 전술’로 평가하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베트남전쟁과 관련해선 ‘백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양민을 보호하는 것이 한국군의 원칙이었다’고 버젓이 기술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법 제1조는 “전쟁의 교훈을 통하여 전쟁 예방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이다. 전쟁기념관 운영 주체인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는 이 법조문부터 읽어보기 바란다. 전쟁을 ‘기념’하는 것은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상기하기 위함이다. 남북관계가 다시 긴장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전쟁기념관이 존재 이유를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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