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들의 유해에 참전기장을 수여한 뒤 묵념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문 대통령,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성남/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6·25전쟁 70주년 기념사 열쇳말은 종전, 평화, 번영이었다. 문 대통령은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는 것이 ‘종전’의 첫걸음”이라며 “6·25전쟁에서 실천한 애국과 가슴에 담은 자유민주주의를 평화와 번영의 동력으로 되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북한이 호응해 70년 동안 ‘끝나지 않는 전쟁’의 종전을 위해 전향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 지시를 내린 데 대한 첫 반응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집권 당시 6·25전쟁 기념사에는 북한의 기습 남침 상기, 대북 경계심 고취, 북한 도발 분쇄 경고 등이 주로 담겼다. 이와 달리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평화를 통한 남북 상생의 길을 강조했다.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며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보수 언론은 “종전 선언이 대북 선물 보따리이고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도와줄 것” “한-미 공조를 강화해야 할 판에 대북 조급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과 달리 정전체제를 종전 선언을 거쳐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목표는 오래전부터 남북한과 국제사회가 논의해온 것이다. 1953년 7월27일 맺은 정전협정 자체가 평화협정을 전제로 전투행위를 멈추기 위한 것이었고, 67년 동안 정전체제에서 멈춰 있는 상태는 한반도 긴장과 갈등의 근본 원인이었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12월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1장 5조는 ‘정전 상태를 공고한 평화 상태로 전환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명기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부터 남북, 미국, 중국이 개최한 ‘4자 회담’도 ‘한반도에서의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전환 문제 협의’를 목표로 했다. 종전 선언을 북한에 대한 선물 보따리로 보는 시각은 이런 역사성을 무시한 단견이다.
한동안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기념비를 찾았다.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리고 남북·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데 우리가 적극 나서야 한다. 북한은 더이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멈추고 종전과 공동 번영을 향한 노력을 다시 시작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