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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사심의위, 이대로는 국민 신뢰 얻기 힘들다

등록 2020-06-29 18:01수정 2020-06-30 02:42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둘러싸고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둘러싸고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이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가 구성·운영 방식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는 심의위의 결론이 설득력과 명분을 얻기 힘들다.

우선 심의위원 구성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애초 250명의 위원 모집단을 구성할 때부터 시민사회를 고루 대표하도록 다양성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이번에 삼성을 적극 옹호해온 교수가 위원으로 ‘추첨’된 것도 단지 우연만은 아닐 수 있다. 회의 직전에야 위원 명단이 통보되는 탓에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치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다.

또 위원들이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운영지침과 달리, 법조계 인사와 법학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심의에서도 전체 13명 중 9명을 차지했다. 이런 전문가 위주의 구성이 일반 시민의 상식과 괴리된 결과를 빚은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전문가 집단일수록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힐 가능성이 있다. 심의위에 비견되는 미국 대배심이나 일본 검찰심사회는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다. 일반인의 상식과 법 감정을 반영하는 게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취지에 맞는다.

심의 과정에서 적용할 판단 기준과 배제할 요소 등 구체적 지침이 없는 것도 개선할 점이다. 몇개월씩 재판을 해서 유무죄를 가리는 복잡한 사건을 반나절 심의 끝에 완벽히 판단하는 건 애초 불가능하다. 심의위는 형사절차 진행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기초 절차일 뿐이므로 재판에 적용되는 것과는 다른 판단 기준이 필요한데, 명확한 규정이 없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상황 등 형사사건과 무관한 요소가 고려된 점도 결정의 정당성을 무너뜨린다.

심의 내용 공개도 심의위 자체 결정에 맡길 게 아니라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기소·불기소 등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고 어떤 근거로 그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는지 공개돼야만 결정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를 감시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또 하나의 ‘묻지 마’식 권한을 행사하는 건 아이러니다. 심의위는 ‘채널에이(A) 검-언 유착’ 사건도 다루게 되는 등 갈수록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권 견제라는 역할을 다하면서 정당한 권위를 확보하려면 대폭적인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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