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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조중동의 도 넘은 ‘백선엽 신격화’, 위험하다

등록 2020-07-16 19:57수정 2020-07-17 10:20

그래픽 김정숙
그래픽 김정숙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이 지난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고인이 된 백선엽에 대해 ‘민족반역자’라는 비판과 ‘전쟁영웅’이라는 찬양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그런데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다. 이전에는 진보 쪽에서 ‘백선엽이 독립운동을 탄압했다’고 비판하면, 보수 쪽은 ‘한국전쟁에서 세운 공이 잘못을 덮고도 남는다’고 반론했다. 이번에 보수 쪽은 백선엽의 ‘친일 행적’ 자체를 아예 부인하거나 무시했다.

<조선일보>는 백선엽의 친일 행적을 두고 ‘팩트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백선엽의 만주군 경력에 친일 굴레를 씌운다면 일본 통치하 수도·전기·토목 등에서 일본의 역량을 배워 오늘의 대한민국 정체성을 이룬 대다수 한국인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했다.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간도특설대 장교로 근무했던 백선엽의 친일 행적은 이명박 정부도 인정한 ‘팩트’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백선엽이 포함됐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심지어 ‘백선엽은 이순신의 대한민국 버전’이라고까지 했다. 어이가 없다.

<중앙일보>는 ‘백선엽에 대한 광복회장의 해괴망측한 발언,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백선엽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을 학살했다’를 망언이라고 문제 삼았지만, 김원웅 광복회장의 전체 발언 취지와 거리가 있다. 발언 요지는 ‘민감한 국내 이슈인 친일잔재 청산에 외국군 사령관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였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백선엽을 ‘영웅이자 보물’이라고 했으니, 독립운동가 단체인 광복회가 할 법한 항의였다.

조중동은 백선엽을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백선엽의 대전현충원 안장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빈소에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문했으니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오른 국군 원로에게 예우를 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조문 문제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백선엽에 대한 도를 넘은 ‘신격화’ 시도야말로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일이다. 보수세력이 친일파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 북한과의 화해를 반대하며, 한-미 동맹을 절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백선엽 신격화’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과도한 미화는 도리어 고인에게 누가 될 수 있다. 그럴수록 친일 행적, 한국전쟁 전공 독식, 부정부패 의혹 등 그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다. 그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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