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온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미래에도 이런 추세가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한다. 28일 환경부와 기상청이 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의 경고다. 지구 전체가 기후위기에 신음하고 있는데, 우리 상황이 훨씬 나쁘다니 충격적이다.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를 불명예가 아닌 시급한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보고서가 제시한 여러 수치를 풀이해보면,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 평균기온 상승률은 전지구 평균보다 1.9~2.6배 높았다고 한다. 또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수온 상승 속도도 세계 평균보다 2.6배나 빨랐다. 이번 보고서는 각 분야 전문가 120명이 참여해 2014~2020년에 나온 국내외 논문과 각종 보고서 1900여편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해 집대성한 것으로, 2010년과 2014년에 이어 세번째로 나왔다. 그 어떤 보고서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당한 정도로 감축하더라도 21세기 말의 기온이 현재보다 2.9도 오르고,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 4.7도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른 변화는 가히 묵시록적이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주요 식용작물의 수확량은 급감할 거라고 한다. 귤을 강원도에서도 수확하게 되지만, 제주도에서는 불가능할 거라는 전망은 미래 세대가 맞닥뜨릴 환경 변화를 실감 나게 그려준다.
2018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기온 상승 목표치는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르는 데서 억제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증가량이 0이 되는 ‘넷제로’(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2030년 배출량 전망치를 37%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감축 목표를 이보다 최소 2배는 올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그린뉴딜’ 계획을 발표했지만, “무늬만 그린뉴딜”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과감하지도 구체적이지도 못했고, 친환경 사업을 나열하며 일자리 목표치를 보여주기에 급급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지수는 61개국 가운데 58위로 평가됐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적다. 폭주하는 기온 상승에 제동을 걸려면 정부의 태도 변화부터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