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28일 전화 통화에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 문제가 논의되는 낯 뜨거운 일이 벌어졌다.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고위 외교관이 현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는데도 우리 외교부가 현지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자 ‘한국 정부의 비호’ 논란이 일었고, 결국 아던 총리가 나서 문제를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들의 성 비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외교부의 안이한 대처가 결국 외교 문제와 국제적 망신까지 초래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뉴질랜드 언론은 2017년 말 한국대사관의 김아무개 부대사가 한 남자 직원의 엉덩이·가슴 등을 만지는 등 세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한국 정부의 비협조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부대사는 경찰 고소가 이뤄지기 직전인 2018년 2월 귀국해 외교부 자체 조사를 받았는데 “억울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지금은 동남아시아 한 국가의 총영사로 재직 중이다. 올해 2월 뉴질랜드 법원이 해당 외교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뉴질랜드 외교부가 한국 정부에 조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징계가 끝났다”며 조사를 받을지는 해당 외교관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국대사관도 폐회로텔레비전(CCTV) 내용 확인 등에 협조해달라는 수사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현지에선 한국 정부가 성범죄 외교관을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결국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외교부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외교부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이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는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외교관의 성 비위 사건에 대해 더욱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 2017년 주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외교부는 당시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을 경우 수위와 관계없이 공관장 재·보임을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의 성 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들이 나라 망신을 시키는 행태에 대해 외교부의 철저한 반성과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