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미래통합당이 13일 기본소득 보장과 약자와의 동행 등 ‘10대 약속’이라는 이름의 새 정책 초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임시정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계승’ 등을 담은 새 정강 초안을 내놓은 데 이어, 정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집약한 정강·정책 전체 개정판을 선보인 셈이다. 통합당에 드리운 수구 편향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시도로 평가된다.
10대 약속 중 그동안 진보진영의 어젠다로 여겼던 기본소득을 첫머리에 밝힌 게 무엇보다 주목된다. 통합당은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물론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을 놓고 여러 논란이 있지만, 보수정당인 통합당이 1호 정책으로 이를 제시한 것은 파격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기본소득 외에도 경제·복지 분야에서 약자와의 동행·경제민주화 구현과 일하는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디지털 격차 해소, 복지 사각지대 해소, 불공정 행위 처벌, 노동시장 이중구조 차별 해소 등을 내놨다. 통합당의 기존 정책 기조와 확연히 다르다. 또 국회의원 4연임 제한 추진과 피선거권 연령 18세 인하 등 정치개혁 의제와 권력형 비리 공소시효 폐지, 전관예우 제한, 기후변화 대응 등도 눈길을 끈다.
통합당의 변화 시도는 2016년 총선 이후 네 차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게 직접적 계기가 됐을 것이다. 여기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구상도 대폭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정당이 부활하는 길은 국민의 요구과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보다 한 발자국쯤 앞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만약 통합당이 10대 약속을 지킨다면 환골탈태하는 수준으로 변화할 것이다. 결국 관건은 실천이다. 통합당은 이전에도 당을 전면 쇄신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빈말로 끝난 적이 여러 차례 있다. 2012년 새누리당 시절 대선을 앞두고 김종인 당시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주도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다가 대선 승리 뒤에 입을 씻은 일은 여전히 국민들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통합당이 이번만큼은 실천으로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럴듯한 말로 포장만 바꿔서는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