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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광복절 ‘친일 청산’ 다짐조차 트집 잡는 통합당

등록 2020-08-16 17:10수정 2020-08-16 17:35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의 행적을 비판하며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한 데 대해, 미래통합당 정치인들이 격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찬란한 우리 민족의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해 존재하는 친일”이라며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고,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가 친일·친나치 활동을 했다는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21대 국회에서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 인사의 묘를 이장하도록 하는 ‘국민묘지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며 “우리 역사는 친일이 아니라 독립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김 회장이 “편향된 이념으로 국민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반일장사를 하고 있다”면서, 김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주말 내내 거센 비난 공세에 나섰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초대 임시정부 대통령을 이름만으로 부르고, 대한민국의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하고, 현충원의 무덤까지 파내자는 무도한 주장을 했다”며 “대한민국 독립운동 정신의 본산을 사유화하는 김 회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김 회장의 기념사가 대독된 직후 원희룡 제주지사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편향된 역사만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 “국민을 다시 편 가르기 하는 시각”이라고 반발했고, 이에 일부 참석자들이 고성을 지르고 퇴장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복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친일세력이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청산을 촉구한 것이 이토록 거센 공격을 받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통합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친일 청산은 정파나 이념과 무관한 우리 사회의 역사적 과제다. 통합당을 비롯한 보수·극우 세력이 이번 기념사를 빌미 삼아 진영 논리를 강화해 친일 역사 바로잡기에 대한 역공에 나서려고 한다면 거센 역풍에 휘말리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만 김 회장이 과거 공화당·민정당·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처신에 대해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김 회장 스스로 명확히 사과하는 것이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김 회장은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반민족 인사의 묘를 이전하는 이른바 ‘파묘’를 주장했고 국회에도 이런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 여론을 충실히 수렴하면서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친일 청산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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