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정부의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한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카드뉴스.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위중증 환자가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의료 현장을 벗어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2일로 13일째 이어졌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 공공의료 강화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힌데다 국회와 의사단체의 협의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마당에, 진료 거부를 계속 고집하는 전공의들의 행태는 한마디로 상식 밖이다. 막무가내로 떼만 쓰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 공백이 비상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 2차 대유행 위기가 아니라 해도, 반달 가까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벗어나면 환자뿐 아니라 현장을 지키는 의료인력도 심각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응급환자가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간호사들의 불법 대리 처방은 일상화됐고, 수술실에서 전공의 역할까지 대신 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일주일 사이 세배나 뛰었으나, 애써 병상을 확보해도 정작 환자를 치료할 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전공의들을 타이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교수 사회가 오히려 싸움에 뛰어드는 모습도 개탄스럽다. 여러 의대의 교수들이 집단행동 지지 성명을 내고 진료 축소나 휴진까지 예고한 것도 모자라, 전국적인 집단행동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한 신문에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역설하는 글을 실었던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이 이제 와서 의대 정원 확대를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딱하다.
1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페이스북에 올린 카드뉴스는 의대가 인술이 아닌 의술만 가르쳐왔음을 일깨운다.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르지만(‘모자라지만’의 오기)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를 대비한 것에서는 엘리트 의식에 찌들어 수치심조차 잃어버린 의사 사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최소한의 내부 견제와 자정 능력만 있어도 나올 수 없는 내용이다.
의사들은 여론전에서 이미 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죽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료 테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겠는가.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야 정치권, 나아가 시민사회와 협의체를 꾸리고 머리를 맞대는 것이 그나마 명분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