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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또 합의 뒤엎겠다는 전공의들, 고립 자초할 뿐이다

등록 2020-09-04 18:28수정 2020-09-05 02:36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 합의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4일 오후 합의문 체결식이 예정돼 있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입주한 서울 충무로 남산스퀘어빌딩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 합의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4일 오후 합의문 체결식이 예정돼 있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입주한 서울 충무로 남산스퀘어빌딩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우여곡절 끝에 4일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치’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의협은 산하단체들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전임의협의회 등과 함께 만든 단일 협상안을 들고 협상에 나섰다. 그런데도 대전협이 “최대집 의협 회장의 독단적 결정”이라며 합의문 서명을 저지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날 합의는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위기 상황에서 더는 의료 공백 사태를 방치하기 어려워 의사단체들의 핵심 요구를 받아들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추진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면서 공공의료 강화 논의가 자칫 유야무야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부·여당이 국민들의 절실한 요구를 외면하고 공공의료 확대를 포기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합의안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논의를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의 ‘철회’와 ‘원점 재논의’는 그동안 의사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다. ‘철회’ 대신 ‘중단’이라고 했지만 핵심 요구가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그런데도 대전협은 ‘철회’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반발하고 있다.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에스엔에스(SNS)에서 “저희 제안에는 ‘철회’가 있었고, 아무리 그 뜻이 ‘원점 재논의’와 같다고 한들 우리가 주장해온 명분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뜻이 같더라도 철자 하나 바꿀 수 없다니, 이건 말 그대로 생떼다. 박 위원장은 합의안에 ‘단체행동 중단’이 적시된 것에 대해 “단체행동 중단은 저희가 결정한다”고도 했다. 의협 산하단체로 직접 합의안을 만들어 최대집 회장에게 협상 전권을 위임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상식도 보이지 않는 막무가내식 행태로, 더 이상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다.

대전협은 이번 집단행동을 주도해왔다. 지난 7월 말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 방안을 발표하자 의사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정부와 의협이 마련한 잠정합의안에 반발하며 판을 깼다. 특히 지난달 30일엔 집단휴진 연장을 부결한 1차 투표 결과를 뒤집으면서까지 휴진을 밀어붙였다.

대형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면서 생명을 다투는 수술이 필요하거나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전공의들의 이기적인 행동 탓에 의사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여기서 집단행동을 멈추고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물론 국민도 더는 인내심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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