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별관이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이 13일 성명서를 내어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에 반대해 그동안 의사 국가시험(국시) 응시를 거부해 왔다. 이로써 지난달 7일 전공의들의 1차 집단휴진으로 시작된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이 일단락됐다. 앞서 지난 4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합의 이후 개원의와 전공의들은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의료 현장으로 복귀했다.
본과 4학년들은 이날 국시 재응시 문제에 관해선 한마디도 없었다. 이들은 “이후 행동 방침에 대해서는 논의 후 발표할 예정”이라며 “단체행동 유보라는 단어나 성명서를 넘어서는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이들의 단체행동 방식이 국시 거부였던 만큼, 사실상 국시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들에게 국시 재응시를 권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사립대학교병원협회, 국립대학교병원협회 등은 지난 11일 ‘의사 국가고시 정상화를 위한 의료계 선배들의 호소문’에서 “(의대생들이) 유급과 국가고시 거부를 선택한 것은 선배들과 스승들의 잘못”이라며 "학생들이 오늘의 아픔을 아로새기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의료계 선배와 스승들을 믿고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재응시 기회를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국시 거부 사태는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다. 본과 4학년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정부가 해당 법안을 재검토하고 국민을 위한 의료 정책을 펼치는지 선배 의사들과 지켜보겠다”며 “정부와 국회가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행하는 순간 재차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반성과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되레 협박을 한 것이다. 오만하기 이를 데 없다. 단체행동을 유보하기로 했으니 이제 정부가 알아서 재시험 기회를 마련하라는 얘기로 들린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자신들이 무슨 행동을 해도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구제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다. 여전히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국민 여론도 재시험 기회 부여에 부정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추후 구제를 반대한다’는 청원에는 이날 오후 현재 55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가 주관 시험에서 응시를 거부한 수험생에게 접수 기간이 지난 뒤 재응시를 허용한 전례가 없다.
의대생들은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깨닫기 바란다. 정녕 시험을 보고 싶다면 먼저 사과하고 기회를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라. 그렇게 해도 될동말동이다. 정부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의대생들이 자유 의지로, 스스로 시험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추가 시험을 검토할 필요성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걸 의대생과 정부 모두 명심해야 한다.
▶ 관련 기사 : 의사 국시거부 의대생들 “단체행동 잠정 유보”
▶ 관련 기사 : 정부 “의사 ‘추가 시험’은 의정 합의사항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