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9일은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이었다. 2년 전 이맘때 남북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한반도’를 선언하고, 백두산에 함께 올랐다. 벅찼던 당시 감동을 떠올리면 대화가 사라진 최근 한반도 상황이 더욱 답답하고 안타깝다.
순항하던 남북관계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멈춰 서기 시작했다. 상황은 점점 나빠져 올 6월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는 얼어붙어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9·19 2주년을 맞아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합의가 빠르게 이행되지 못한 것은 대내외적인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제약으로는 북-미 관계에 연동된 남북관계 등을 꼽을 수 있다. 북-미 관계 진전을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우리 정부가 북-미 관계만 지켜볼 게 아니라, 외적 제약을 극복할 조처를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우긴 어렵다.
남북관계가 멈췄다고 해서 9·19 공동선언을 ‘평화쇼’로 규정한 지난 19일 국민의힘 논평에는 동의할 수 없다. 9·19 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채택한 9·19 군사합의는 몇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남북이 큰 틀에서 잘 지켜나가고 있다. 한반도 전쟁설이 무성했던 2017년 안보 위기를 떠올리면, 지난 2년간 지상·공중·해상에서 남북 사이에 직접적인 무력충돌이 없었던 것은 중요한 성과다. 분단 이후 남북이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고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초기 군비통제 정책을 합의·이행한 건 처음이었다.
멈춘 시계를 다시 돌리려면 우리 정부가 더 과감하게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대선 국면 등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개선할 시간은 그리 넉넉지 않다. 미국은 11월 대선에, 북한은 코로나19와 홍수피해 대처에 집중하고 있어 북·미 모두 밖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자칫 북-미 관계, 남북관계가 오래 표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23일로 예정된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관심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기조연설이 남북관계를 해빙의 시간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