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민 200여만명이 사용하는 충전식 교통카드(티머니카드)의 금액표시 오류가 여전하다고 한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요금이 결제되는가 하면, 무려 42억원이 잘못 충전된 사례도 나왔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충전식 교통카드는 2004년 서울시의 대중교통 체계 개편 때 도입됐다. 당시에도 이중결제 등 크고 작은 오류가 잦았다. 도입 초기는 그렇다 치고 1년6개월이 지나서도 비슷한 전산 오류가 반복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운영사인 한국스마트카드의 안하무인격 태도가 문제다. 이 업체는 수개월째 ‘개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잘못된 원인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하철과 버스 등 운송기관에선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업체를 찾아가 직접 사용내역을 확인해야 한다니 몇백원, 몇천원 때문에 그런 수고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신분을 확인할 수 없는 사용내역을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건 핑계로 들린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업체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의 감사나 제재를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사용기록이 빠지거나 충전금액이 부풀려지면 그만큼 수송기관 수입도 줄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결제 업무를 민간업자한테 맡겨두고 이를 검증할 장치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건 직무유기다. 사업자 선정 때부터 특혜설이 나돌았으니 서울시가 업체를 감싸고 돈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가 지난해 일주일 동안 집계한 교통카드 전산 오류만 1만5천여건에 이른다. 전산 오류의 원인은 물론, 피해 금액 등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 운송기관과 운영사 사이의 불합리한 관행도 서둘러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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