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 저녁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승리 선언 연설을 하고 있다. 윌밍턴/EPA 연합뉴스
미국이 ‘바이든 시대’를 맞이했다.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드러낸 개표 진통 끝에 7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바이든 당선자는 승리 선언 연설에서 “분열이 아닌 단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결과에 불복하고 대법원 소송 방침을 밝히고 있어 극심한 갈등과 분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자의 대외 정책 기조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에 기초한 ‘미국의 국제 리더십 회복’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사회에서 무너진 미국의 역할을 재건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돌발행동을 일삼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의 예측 가능한 ‘동맹 중심 대외정책’은 우리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같은 비상식적 일은 줄어들겠지만, ‘한·미·일 군사협력’을 중심으로 중국 포위망 구축에 참여하라는 요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의 외교·안보팀과 신속히 만나 대외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차 8일 미국으로 출발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바이든 당선자 쪽, 미 의회 등과도 두루 접촉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분명한 원칙과 청사진을 갖고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멈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바이든 당선자의 대북 정책은 압박과 대화의 동시 추진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한 정상회담 중심의 톱다운 외교 해법에 반대하면서, 실무협상을 중심으로 한 외교를 선호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사회 통합, 코로나19 대응, 경제 회복 등 국내 문제에 치중할 경우 한반도 문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가 전향적이면서도 현실에 적합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 당선자가 오바마 행정부의 실패한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 특히 한·미가 긴밀히 조율한다면 내년 도쿄올림픽을 교착된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돌파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북한도 미국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쏘아 관심을 끌고 협상력을 올리려고 했다. 지금은 남북이 중단된 대화를 신속히 재개해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해소해나가는 게 긴요하다.
국제 통상질서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의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를 선언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체제’ 복원을 약속했다.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폐기되면 우리 수출 환경은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산 제품 우선주의’를 내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탈중국 정책과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위한 보호주의 전략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수출 대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는 선택을 하면, 자칫 국내 산업기반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친환경·재생에너지 투자와 탈중국 정책으로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늘어날 수도 있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경제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