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오른쪽)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와 함께 10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스 시어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미국 정권 교체기를 맞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쪽과의 접촉과 소통을 위한 정치인들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반도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이 16∼2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바이든 당선자의 외교·안보 참모진,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날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박진 의원이 이끄는 외교안보특위가 방미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이 다음달 14∼18일 미국에 갈 예정이고, 박병석 국회의장도 민주당 김태년·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내년 초 방미를 제안한 상태다.
미국을 방문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0일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을 비롯해 바이든 당선자와 가까운 인사들을 만나 북-미대화와 관련해 “정상 차원의 우선적 관심을 가져야 될 이슈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자 쪽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하고 인맥을 넓히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국회·정당이 제대로 역할을 조율하지 않고 서로 경쟁하듯이 미국으로 몰려가 바이든 캠프 인사들을 만나겠다고 나서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있고 바이든 당선자 쪽의 인수위나 한반도 담당자 인선도 아직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달라’며 미국으로 향하는 한국 정치인들의 행렬은 자칫 혼선만 일으킬 우려가 크다.
게다가 트럼프 인수위 시절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가 기소까지 됐던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바이든 캠프는 외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치인들이 그동안의 인연을 과시하기 위해 만남을 조르는 건 상대에게 부담만 줄 뿐 외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청와대와 외교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중심을 잡고 대미 외교의 방향을 조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바이든 당선자와 첫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조율중이라고 한다. 이번 통화에서 대통령이 대북정책 등에서 우리의 생각을 잘 전달하고 바이든 당선자의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 특히 미국 외교정책이 미-중 관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냉철히 보고, 이 틀 안에서 한-미동맹, 북-미 비핵화 협상,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로드맵을 가다듬어 차분하고 초당적으로 바이든 캠프를 설득하는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