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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민연대로 지켜낸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등록 2020-12-02 17:51수정 2020-12-03 09:26

독일 베를린시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때 독일 여성단체 ‘쿠라제’(용기) 회원들이 소녀상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남은주 통신원 제공
독일 베를린시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때 독일 여성단체 ‘쿠라제’(용기) 회원들이 소녀상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남은주 통신원 제공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그곳에 영원히 머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녀상이 설치된 베를린시의 미테구 의회는 1일(현지시각) 공청회를 열어 ‘평화의 소녀상 영구 설치 결의안’을 의결했다. 프랑크 베르터만 구의회 의장(녹색당)은 “다수결로 성폭력 희생자를 추모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보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녹색당과 좌파당이 공동 제안한 결의안은 소녀상이 미테구에 영구적으로 머물 수 있는 방안을 구의회가 참여해 마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의안은 미테구 의원 29명이 참석한 가운데 24명이 찬성해 압도적 다수로 통과됐다.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낸 것은 한국과 독일 시민사회의 연대의 힘이었다. 지난 9월 말 소녀상이 세워진 뒤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집요한 로비를 벌였고, 미테구청은 지난 10월 철거 명령을 내렸다. 베를린 시민사회가 즉각 항의에 나섰고,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법원에 철거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자 미테구청이 철거 명령을 보류하며 한발 물러섰다. 그 뒤에도 시민들은 독일 사회에 왜 소녀상이 세워져야 하는지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펼쳤고, 결국 지난달 미테구 의회의 ‘철거 명령 철회 결의안’ 채택에 이어 이번에 ‘영구 설치 결의안’까지 이끌어냈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의 갈등이 아니라 전시 성폭력과 여성 인권의 보편적 문제로서 전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독일 시민들은 분쟁지역에서 여성의 존엄을 짓밟는 성폭력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소녀상을 지켜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결의안을 설명한 틸로 우르히스 구의원도 “평화의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 중 한국 여성에 대한 일본군의 성폭력이라는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쟁이나 군사 분쟁에서 성폭력은 일회적 사안이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로,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평화의 소녀상은 바로 그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또 반발하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 및 그간의 대응과 양립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철거를 계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참으로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일본 정부는 역사적 죄악을 겸허히 반성하고, 국제사회의 여성 인권 수호 목소리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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