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경제 3법’ 중 핵심 법안인 상법 개정안이 8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됐다. 여당의 단독 처리는 아쉽지만,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다만 몇몇 핵심 조항이 정부 원안보다 후퇴한 건 실망스럽다. 재계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는데, 애초 입법 취지와 실효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수주주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 기능을 조금이나마 제자리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때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모두 ‘개별 3%’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애초 정부안은 최대주주의 경우만 특수관계인 지분과 더해 ‘합산 3%’로 제한하는 것이었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경영계 의견을 반영한 것인데, 애초 법 개정 취지와 실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최대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앉힐 수 있는 길이 훨씬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한 예로, 삼성전자의 경우 ‘개별 3%’가 적용되면 최대주주의 실질적인 의결권이 17%까지 늘어난다. 기업마다 의결권 제한의 정도가 다르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사실상 독립적 감사위원 선임이 어렵고, 의결권을 높이기 위한 지분 쪼개기 편법으로 출자구조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며 강력히 비판하는 이유다.
소수주주의 권한을 확대하는 다중대표소송제의 소송 요건도 더 까다로워졌다. 애초 총발행주식의 0.01%(상장사)에서 0.5%로 강화된 것이다. 소수주주의 무차별 소송이 우려된다는 경영계 반발을 받아들인 것인데, 대기업 주식을 0.5%나 보유한 이를 과연 소수주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반대해온 경영계는 뒤늦게 ‘최대주주 의결권 10% 보장’ 등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대안을 내놨다. 수정안이 경영계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는데, 어떤 변화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시장의 공정성과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곧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인식 전환을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