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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3%룰 후퇴’ 상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유감스럽다

등록 2020-12-08 19:56수정 2020-12-09 02:42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속에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경제 3법’ 중 핵심 법안인 상법 개정안이 8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됐다. 여당의 단독 처리는 아쉽지만,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다만 몇몇 핵심 조항이 정부 원안보다 후퇴한 건 실망스럽다. 재계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는데, 애초 입법 취지와 실효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수주주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 기능을 조금이나마 제자리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때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모두 ‘개별 3%’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애초 정부안은 최대주주의 경우만 특수관계인 지분과 더해 ‘합산 3%’로 제한하는 것이었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경영계 의견을 반영한 것인데, 애초 법 개정 취지와 실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최대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앉힐 수 있는 길이 훨씬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한 예로, 삼성전자의 경우 ‘개별 3%’가 적용되면 최대주주의 실질적인 의결권이 17%까지 늘어난다. 기업마다 의결권 제한의 정도가 다르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사실상 독립적 감사위원 선임이 어렵고, 의결권을 높이기 위한 지분 쪼개기 편법으로 출자구조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며 강력히 비판하는 이유다.

소수주주의 권한을 확대하는 다중대표소송제의 소송 요건도 더 까다로워졌다. 애초 총발행주식의 0.01%(상장사)에서 0.5%로 강화된 것이다. 소수주주의 무차별 소송이 우려된다는 경영계 반발을 받아들인 것인데, 대기업 주식을 0.5%나 보유한 이를 과연 소수주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반대해온 경영계는 뒤늦게 ‘최대주주 의결권 10% 보장’ 등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대안을 내놨다. 수정안이 경영계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는데, 어떤 변화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시장의 공정성과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곧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인식 전환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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