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군을 추모하는 꽃과 메모가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인 2016년 ‘구의역 김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변 후보자는 당시 회의 석상에서 “걔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5월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직원이던 19살 김군은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던 중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안전수칙 무시 등 구조적 문제가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변 후보자는 당시 사고를 피해자 개인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변 후보자의 발언을 단순히 과거의 일로 넘기기는 어렵다. 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여론이 높은 지금, 변 후보자 발언의 문제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김군의 동료들인 서울교통공사노조 피에스디(PSD)지회 노동자 등은 20일 “변 후보자는 김군을 모욕하고, 김군이 잘못해서 사망한 것인 양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또 변 후보자가 2016년 6월 공유주택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해외의 공동 식당’ 사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말한 회의록도 공개됐다. 무작정 외국 사례를 따르기보다는 입주자의 입장에서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하지만, 공유주택 입주자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변 후보자는 문제의 발언이 공개되자 18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세 문장짜리 사과문으로는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을 변 후보자는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