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0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혐의와 관련한 피고발인들을 모두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했다. 전날 경찰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에 대해 불기소한 데 이어 이날 검찰의 결정으로 박 전 시장 사망과 관련한 수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누리꾼들을 빼면,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 관련자는 한 사람도 없다. 별건으로 수사가 다시 시작되지 않는다면 실체적 진실을 확정할 사법 절차도 기대할 수 없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청와대나 검찰, 경찰 관계자가 박 전 시장 쪽에 유출했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과 물증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공무상 비밀 누설’과 무관하게, 피해자 쪽의 고소 움직임이 박 전 시장 쪽에 흘러들어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모든 관련자의 통화 내역을 분석했을 뿐 아니라 박 전 시장의 업무용과 개인용 스마트폰까지 디지털 포렌식을 했다고 하니 ‘부실 수사’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이날 공개한 박 전 시장의 사망 전날 대화와 온라인 메신저 내용 등을 보면, 박 전 시장이 ‘성 비위’를 범했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는 대목들이 나온다.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발언과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가 그것이다. 피해자의 고소 내용의 신빙성에 힘을 실어주는 정황으로 봐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까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피해자의 고소 의도나 진정성을 시비 삼을 만한 이유는 더는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사법 절차마저 진행되지 못하는 지금,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은 피해자다. 더 이상의 2차 가해는 용납되지 않는다. 청와대, 검찰, 경찰의 연루설 같은 의혹 제기나 정치적 쟁점 만들기도 피해자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모적 논란은 이젠 끝낼 필요가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마무리된 이번 사건은 아직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를 남겨두고 있다. 인권위에 강제수사권은 없지만, 사실관계 못지않게 중요한 ‘맥락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곳은 검찰도 경찰도 아닌 인권위라고 본다. 선출직 고위공무원의 성범죄가 더는 일어날 수 없도록 공직 사회에 숨은 고질적인 병폐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