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마지막 날인 31일 집단 해고를 당한 엘지(LG)트윈타워 노동자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엘지트윈타워 앞에서 엘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여의도 엘지(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명이 2020년 마지막 날 모두 해고됐다. 엘지 계열사인 건물관리업체가 하청을 준 청소용역업체에 12월31일자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한 가정의 가장 역할을 해온 60대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난 채 새해 첫날을 맞았다. 코로나 위기로 새 일자리는 엄두도 내기 힘든 터에, 모진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곳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2월16일부터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트윈타워 로비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원청인 트윈타워 관리업체는 “새 용역업체에 고용 승계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누누이 밝혀왔지만, 결국 말뿐이었다.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기존 노동자의 고용은 승계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서울 사업장 중 최근 2년 동안 청소용역업체가 바뀐 11곳 모두 전원 고용 승계가 이뤄졌다. 그러나 새 용역업체는 지난 11월 기존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뒤 바로 새 인력을 충원했다. 고용노동부가 ‘고용 승계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권고했지만 무시했다. 하청업체가 정부와 원청의 요청을 무시하고 해고를 강행했다는 것인데, 이해하기 힘들다.
청소노동자들은 “회사가 용역계약 해지를 핑계로 노조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원청과 용역업체가 상급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고 개별 노조원들에게 위로금 등을 미끼로 사직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사실이라면 과거 각개격파식으로 노조 활동을 방해한 수법과 다르지 않다. 원청과 용역업체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는지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원청 관리업체는 ㈜엘지의 100% 자회사이고, 기존 용역업체 역시 엘지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1일 “원청인 엘지가 그간의 협상 과정에서 대화를 피하고 새 용역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등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청소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연대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원청 관리업체는 “정년 연장 등 일부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 유도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기업인 엘지가 책임 있게 나서서 문제를 풀기 바란다. 그게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