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범기업 지원받는 미국 학자의 ‘위안부’ 왜곡

이용수(맨 왼쪽)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2019년 11월13일 서울 민변 사무실에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학술지에 싣고, 일본 극우 신문이 이 내용을 주요하게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전쟁터로 끌려가 인권을 유린당하고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전시 성폭력에 반대하는 전세계 여성들의 노력을 조롱하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존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학술지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 3월호에 ‘태평양전쟁에서의 성의 계약’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업자와 계약을 맺고 고액의 수익을 올린 성매매 여성’으로 매도했다. 일본 정부와 군의 개입 책임을 부인하고, 역사를 명백히 왜곡한 것이다.

램자이어 교수. 하버드 로스쿨 사이트

램자이어 교수는 하버드대 로스쿨의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인들을 동원해 강제노동을 시킨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기부한 100만달러(약 11억원)로 만들어진 자리다. 램자이어 교수는 일본에 기여한 공로로 2018년 일본 정부 훈장인 ‘욱일중수장’도 받았다. 일본법과 법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역사 연구자가 아닌데도, 위안부와 강제동원 역사에 대해 일본 우익들의 주장과 동일한 내용을 잇따라 발표해 왔다. 2019년 인터뷰에선 “미쓰비시중공업으로 간 이들은 운이 좋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강제동원과 관련해 “(한국어) 문서를 하나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어이가 없다.

일본 전범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일본 우익들의 편에 서서 침략과 인권 유린의 역사를 왜곡하는 그의 행위는 명백한 이해충돌이자 학자적 양심을 부정하는 것이다. 극우 일간지 <산케이신문>은 최근 램자이어 교수의 위안부 관련 논문을 “세계에 확산되는 ‘위안부=성노예’ 부정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일본 우익 세력이 자금을 동원해 미국 내에 친일세력을 만들고 친일학자들의 입을 빌려 침략전쟁의 책임을 은폐하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친일학자들이 <반일종족주의> 등을 통해 ‘역사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과도 맞물려 있다.

이들이 아무리 일본의 역사적 범죄를 지우려 해도, 다시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같은 전시 성폭력의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제사회 인권운동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램자이어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전시 성폭력에 반대해온 전세계 시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