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내고, 그 자리에 청와대와 정부의 내정자가 임명되도록 채용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판결이기는 하나,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공공기관 인사 행태에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작지 않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가 아닌 일을 시키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했을 때 적용된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혐의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했을 뿐 아니라,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김은경 전 장관은 “정부의 환경정책 실현을 위해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물을 산하기관 임원에 앉히는 게 불가피했고, 이전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이유를 들어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전 정부에서도 같은 행위가 있었더라도 명백히 법령에 위반되고 폐해도 매우 심해 타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18년 12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 수사관의 폭로로 의혹이 처음 불거졌으며, 논란도 많았다. 야당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라고 이름 붙여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같은 성격으로 몰아갔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는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정상적인 인사 업무였다고 맞섰다. 2019년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심사한 판사는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인사수요 파악의 필요성, 감찰 결과 일부 임원의 비위가 드러난 점 등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핵심 쟁점들을 놓고 상급심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가 공공기관 임원 인사 관행을 위법으로 판단해 제동을 건 점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낙하산 인사’라는 표현에서 보듯, 이런 관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일부 공공기관 임원 자리가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 것 또한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부는 1심 판결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야 한다.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 임원의 임면 절차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여야 정치권 모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