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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스크린쿼터 축소, 자존심도 신뢰도 버렸다

등록 2006-01-26 19:58

사설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이 채택됐다. 세계 각국은 미국의 문화적 일방주의를 견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기뻐했다. 특히 스크린쿼터제 사수로 국제 여론을 이끌었던 우리 문화계로선 큰 경사였다.

정부는 어제 미국과의 쌍무협상에서 스크린쿼터를 50%나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 석 달 만에 자국 문화를 보호·육성하려는 세계인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신뢰를 짓밟은 것이다. 동시에 우리 문화인들이 쌓아올린 문화적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 비밀리에 미국과 합의해 놓고, 문화계와의 협의를 들먹였다. 뒤통수를 치는 저열한 방법이다. 미국의 요구(연 73일)를 100% 수용하는 굴욕적인 모습도 보였다.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 이유로, 국익에 긴요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야 하고 한국영화는 이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자유무역 협정은 실질적인 투자 유치나 수출시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우리 농업생산 기반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많다. 우리 영화의 객석 점유율은 4년째 50%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의 축소는 제작자의 심리적 위축 - 투자 위축 - 영화 제작 축소 - 점유율 축소로 이어지기가 쉽다. 학계와 영화계는 스크린쿼터 10일 축소에 1000억원씩 매출이 줄 것으로 분석했다. 멕시코는 1994년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정에서 스크린 쿼터제를 없앤 뒤 3~4년 만에 자국 영화가 연 100편에서 10여편으로 줄었다.

정부는 오늘 지원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러나 과정이 부도덕했고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과 국제사회의 신뢰까지 저버린 합의이기에 의미가 없다. 지원보다는 차라리 합의 철회를 위해 노력하는 게 온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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