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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권·학문 모두 모독한 램자이어 논문 철회돼야

등록 2021-02-19 19:36수정 2021-02-20 02:33

마크 램자이어 교수는 하버드대 로스쿨의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인들을 동원해 강제노동을 시킨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기부한 100만달러(약 11억원)로 만들어진 자리다. 뉴스 화면 캡처
마크 램자이어 교수는 하버드대 로스쿨의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인들을 동원해 강제노동을 시킨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기부한 100만달러(약 11억원)로 만들어진 자리다. 뉴스 화면 캡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왜곡한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 로스쿨 교수의 논문 철회 요구가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 학생들이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을 듣는 세미나를 열었고, 각국 페미니스트들이 연대 성명을 냈고, 저명한 학자들도 이 논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역사학자인 카터 에커트 교수와 앤드루 고든 교수는 17일(현지시각) 성명에서 램자이어 교수 논문은 “가장 지독한 학문적 진실성 위반”이라며 게재 철회를 <국제 법·경제 리뷰>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위안부 시스템에 내포되고 실행됐던 식민주의 젠더의 큰 정치적·경제적 맥락을 램자이어가 생략한 데 충격을 받았다”며 램자이어 교수가 조선인 ‘위안부’와 관련된 실제 계약을 단 한 건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내외의 1100명이 넘는 연구자와 단체가 참여한 세계 페미니스트들의 연대 성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및 현대의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을 가하고, 일본 정부의 의도적 역사 부정과 왜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버드 로스쿨 학생회가 이 논문에 항의하며 16일 연 세미나에서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은 조선에 쳐들어와서 여자아이들을 끌고 가고 무법천지로 행동했다”며 “일본 정부는 70년이 지났는데도 그때와 변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미국 내 한인단체들도 논문 철회를 요구하는 국제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1993)는 ‘위안부’ 강제동원에 일본군이 개입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1996년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은 ‘위안부’는 일본군에 의해 조직적이자 강제적인 방식으로 자행된 ‘성노예’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일본 우익들은 계속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쓰인 램자이어 교수 논문을 ‘학문의 자유’로 옹호하는 것은, 비인도적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국제적 합의를 흔드는 것이다. 이제 <국제 법·경제 리뷰>는 최소한의 학술적 근거도 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들을 모독한 램자이어 교수 논문의 게재 철회를 결단할 때다. 하버드대 당국도 ‘학문의 자유’를 앞세워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합당한 조처를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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