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5~7일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에 참석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오른쪽)와 미국의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외교부 제공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비현실적 요구로 장기간 표류해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46일 만에 타결됐다. 2019년 타결됐어야 하는 협정이 1년 넘게 지연된 것은 한국의 분담금을 500%나 증액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압박 때문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갈취”라며 합리적 수준에서 조속히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합의가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더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외교부는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합의는 한-미 동맹이 동북아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linchpin)임을 재확인한다”며 분담금의 “의미 있는 증가”가 담겼다고 했다.
양국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고 및 논의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의 승인 뒤 이번주 중 공개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합의가 2025년까지 유효한 다년간 계약이라고 전했다. 1년짜리 협정이 갖는 불안정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인상률과 관련해선 <시엔엔>(CNN) 방송이 13% 증액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는데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됐을지 주목된다. 양국은 지난해 3월 한국 분담금을 2019년의 1조389억원에서 13%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주한미군 주둔을 상호이익이 아니라 미국의 시혜로 여긴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합의가 늦어져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강제 무급휴직의 고통까지 겪은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고, 아시아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주에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이 구체화해가는 상황에서,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 놓인 우리는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대응 전략을 치밀히 준비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추진하는 한국과 대북전략을 마련 중인 미국이 의미 있는 조율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