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 분노가 커지자 여야가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른바 ‘엘에이치 투기 방지법’이 대표적이다. 토지개발·주택업무 관련 부처나 기관 직원의 토지거래 제한과 부동산 등록제, 불법행위자의 관련 기관 취업 제한,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최대 5배 벌금 등이 법안의 핵심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엘에이치 투기 방지법’을 3월 국회에서 최우선 처리하겠다”고 약속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공공개발 관련 기관 임직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토지거래 신고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엘에이치 직원의 투기를 가능하게 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투기 이익을 환수하는 법률을 만드는 건, 비록 사후약방문이긴 하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사건이 터지고 비판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되풀이해온 보여주기식 법안 제출 경쟁을 이번엔 하지 말아야 한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법안을 완성하길 바란다.
아울러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도 신속하게 입법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해충돌방지법안은 지난해 6월 정부 제출안, 10월 박용진 의원 대표발의안 등 모두 4건이다. 이들 법안엔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이해관계자의 기피 의무 부여,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취득 이익 몰수 및 추징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엘에이치 직원은 물론 중앙정부·자치단체 공무원, 국회의원 등 모든 공직자의 사익 추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된다.
그러나 국회는 의원들의 사익 추구 논란이 일 때만 잠시 입법 의지를 보이다 슬그머니 폐기하는 행태를 2013년 이후 8년째 반복하고 있다. 당장 지난 20대 국회에서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 21대 국회에서 박덕흠·이상직 의원 등이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지만 그때뿐이었다. 특히 단독 과반을 훌쩍 넘는 174석의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올해 2월로 입법을 늦춘 데 이어 지난달 다시 3월 입법을 공언했다.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 역시 입법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민주당이 9일 엘에이치 사태 대책과 관련해 이해충돌방지법을 다시 꺼내들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엘에이치를 비롯한 공직자와 공공기관 전반의 부패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엘에이치 사건은 단순한 투기를 넘어, 공공기관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부패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법안 처리를 약속했다. 이젠 말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할 때다. 민주당은 국민들의 분노를 직시하기 바란다. 국민의힘도 법안 통과에 협조해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