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참가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 회의)를 열었다. 이날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맨 왼쪽부터)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회의 장소인 리쿠라 게스트하우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16일 담화에서 한-미 군사연습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 규정하고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친 표현으로 남북관계 단절의 책임을 남쪽에 떠넘긴 유감스러운 발언이다.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북-미 관계 개선 조건이라며 중단을 요구한 한-미 군사연습이 실시됐으니 북한 처지에선 가만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지휘소훈련으로 규모와 형식을 축소한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런데도 김 부부장이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 등 거칠게 비난하고,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9·19 군사 합의’까지 파기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은 실망스럽다.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나온 이번 담화는 북한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보낸 첫 메시지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새 행정부”를 향해 “앞으로 4년간 발편잠(편안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도쿄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에 직접 대응은 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대한 다양한 추가적 압력이 효과가 있을지를 포함해 동맹국, 파트너들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일 외교·국방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결의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미 국무·국방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동아시아 외교전’의 막이 올랐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막고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려면 남북과 미국이 역지사지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한국은 남북관계, 미-중 갈등 속 대중국 관계, 한-일 관계 등의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한 정교한 전략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미국은 대북 정책을 대중 정책의 하위 변수로 취급하지 말고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 대화 재개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은 과도한 대남 압박이 북-미 관계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고 긴장을 높이는 불필요한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3년 전 한반도의 봄날은 그냥 오지 않았다. 당사자인 남북이 힘을 모아 미국을 설득했다. 올해 봄날도 남·북·미 모두 노력해 만들어야 한다.